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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DAILY/식당 RESTAURANT & 음식 FOOD

[편의점 도시락] 집밥은 씨유 - 백종원 한판도시락


집밥은 씨유

백종원 한판도시락





구매처: CU

가격: 3,500원




 자취하는 사람은 항상 밥이 걱정이다. 아무생각 없이 있으면 누가 챙겨주는게 아니기 때문. 자취 초반에는 온갖 의욕에 가득차 신선한 시도들을 하게 된다. 여러가지 요리를 해보고, 근처 맛집을 찾아보고, 별짓을 다 시도해 본다. 자취 년차가 올라갈수록 다 부질없는 짓임을 알게 된다. 자취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짐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요리를 만드는 것은 재미있다. 먹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뒷처리가 감당이 안된다. 남은 재료들은 누가 먹을 것이며, 산처럼 쌓인 설거지는 또 누가 해줄 것인가. 그렇다. 할일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배달음식을 찾게 된다. 요즘엔 어플로 주문하기 때문에 귀찮게 전화해서 주소를 불러주고, 메뉴 확인을 안해도 된다. 터치 몇번만 하면 먹고싶은 음식이 집까지 배달된다. 얼마나 좋은가.

 근데 비싸다. 매끼 8,000원씩 쓰는건 브루주아나 하는 짓이다. (왜 배달음식은 전부 최소 주문금액이 8,000원인가. 내가 놓치고 있는 어떤 법칙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런 자취 독거인들을 위해 편의점 도시락이 등장했다. 공기한번 쐬러 나갔다가 하나 집어오면 배달음식의 반값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초기 편의점 도시락은 진짜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각 편의점들이 경쟁적으로 먹을만한 도시락들을 내놓기 시작했고, 독거인들의 봄이 왔다.




 식사 챙기기가 너무 귀찮은 관계로, 근처 CU에 가서 하나 집어왔다. 비주얼이 꽤 괜찮다. 솔직히 이정도면 웬만한 저가형 배달도시락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전자렌지로 1분 30초 또는 2분 돌리라고 한다. 근데 2분 30초 돌려주자. 2분 돌리니까 애미야 밥이 좀 차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좀 짠 음식 비율이 높은 편. 개인적으로 볶음김치보다는 일반 김치에 양을 좀 더 넣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소시지는 딱 봐도 저가형 소시지라는 느낌이 느껴지듯, 예상되는 바로 그 맛이다. 예상외로 계란말이가 괜찮았는데, 소시지를 줄이고 계란말이 2개도 괜찮을듯 싶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튀김류에 소스가 없다는 것. 작게나마 돈가스 소스 같은거 하나 있으면 훨씬 괜찮을거 같다. 밥 양은 한끼로 딱 적당하다.

 밥 챙겨먹기도 영 귀찮고 시켜먹자니 잔고가 걱정된다면 가끔 먹을만한 편의점 도시락이다. 어차피 선택지가 별로 없는 자취의 삶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대충 먹고 있다. 3,500원의 가격을 생각하면 그냥저냥 돈아깝지는 않은 수준. 근데 행사로 끼워주는 레몬에이드(또는 스위트 블루 레몬에이드)는 나중에 먹도록 하자. 밥이랑 레몬에이드를 같이 먹으라는건 어느나라 고문법인지 모르겠으나, 취향이 독특하지 않다면 피하는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