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맨 RE-600S
사용기
HIFIMAN RE-600S
REVIEW
개봉기 : 링크
보통 어떤 제품이건 어느 정도 쓰고나서야 쓸말이 좀 생겨서 사용기를 적는 편이다. 어떤 물건은 구매하고도 잘 사용하지 않아 할말이 별로 없는 것도 있고, 어떤 물건은 구매하고 자주 사용해서 할말이 많은 경우도 있다. (할말이 없어서 글을 못적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할말이 너무 많아서 글을 못적는 경우도 있고..) RE-600S는 후자에 속한다. RE-600S는 구매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음감경험을 함께했기 때문에 실제 사용시간은 상당히 길다. (출퇴근 시간 대부분, 집에서도 헤드폰 꺼내기 귀찮을 때, 산책할 때 등등) 짧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느꼈던 점들을 소소하게 적어본다.
하이파이맨의 위상은 극강의 가성비로 주목받았던 RE-0에서 시작한다. 최초 하이파이맨은 흔치 않은 평판형 헤드폰 제작사로 입소문을 탔지만 일반인 사이에서 유명하지는 않았다. 평판형 헤드폰 자체가 워낙 매니아틱한 물건인데다가 가격대가 상당히 높아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 헤드폰 시리즈인 HE가 매니아층과 오디오 업계에 입소문을 탐과 동시에 이어폰 시리즈인 RE 시리즈 중 RE-0가 흔히 말하는 대박을 터뜨리며 인지도가 확 올랐다. 설립자가 중국인이라 중국업체로 인식되어 대륙의 실력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미국기업이다. (하지만 짱깨파이맨이라고 불리운다.) 하이파이맨은 이어폰이나 헤드폰 뿐만 아니라 앰프나 휴대용 플레이어, 스피커 등 대부분의 오디오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RE-600S는 2013년에 발매한 RE-600의 포터블 버전이다. RE-600는 밸런스드 단자를 채용한 제품이었는데,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자는 아니다보니 3.5파이 버전으로 추가 발매한듯하다. 최초 가격은 $399였으나 최근 지속적으로 $199로 할인판매하고 있어서 $199가 정가가 된 듯하다. 2016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129에 판매되었다.
- 기본 사양 -
유닛 : 8.5mm 드라이버
방식 : 커널형
주파수 응답 : 15Hz - 22KHz
임피던스 : 16 Ohms
음압감도 : 102 dB/mW
무게 : 13.7g
01. 패키지 & 구성품
개봉기에서도 언급했지만, 처음 제품을 수령하고 느꼈던 점은 '쓸데없이 거창하다'였다. 택배로 생각보다 큰 박스가 왔는데, 박스 안에는 인조가죽으로 제작된 거대한 케이스와, 캐링케이스가 있었다. 캐링케이스의 경우 특별히 고급지지는 않지만 충분히 본연의 역할은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조금 작은 느낌은 들지만 작은게 또 장점인 경우도 있으니.
이어폰이 들어있는 케이스의 경우, 상하로 분리된 개폐방식인데.. 쓸데없이 거창하다. 상단을 열면 이어폰이 들어있는데, 정말 이어폰만 달랑 들어있는 것 치고는 공간낭비가 심하다. 하단에는 각종 이어폰 팁들이 들어있는데, 정말, 정말 쓸만한게 하나도 없다.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 더블팁이 가장 좋다.
구성품이 쓸모없는 것은 백번 이해할 수 있다. 사실 귀찮음이 큰 나같은 사람은 구성품이 아무리 많아도 잘 안쓰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진짜 문제는 바로 '마감'이다. 처음 받은 제품은 소리는 정말 좋았으나 이어폰 양쪽 길이가 다른 문제가 있었다. 해당 문제로 한번 교환받았는데, 두 번째로 받은 제품은 외관은 멀쩡했으나 우측 유닛에서 R&B 현상이 심했다. 결국 한번 더 교환받고서야 정상적인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또 하나 제품 외관적인 부분에서 마음에 안드는 점은 선재이다. 제품 자체는 생각보다는 단단한 느낌이라 내구성에 대한 걱정은 덜한 편인데, 선재가 굉장히 불친절하다. 실온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요즘같은 겨울 야외에 나가면 선이 굳어버린다. 막 딱딱해지거나 그런 수준은 아니지만 선이 잘 휘지 않고 모향이 형상기억합금이라도 된 것마냥 유지되어 움직일 때 노이즈를 발생시킨다. 옷 여기저기에 걸리게 되는 것. 때문에 기온이 낮을 때는 오버이어로 착용하는 것이 좋다. 오버이어 착용이 썩 편한 편은 아니지만 불편해서 못하겠다 수준은 아닌게 그나마 다행이다.
02. 주파수 응답 그래프
출처 : 이너피델리티(http://www.innerfidelity.com/), 링크
일단 음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기에 그냥저냥 흉내내는 수준에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주파수 응답 그래프의 경우, 참고사항은 되지만 이어폰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전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뭔가 거창한 설명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
RE-600S의 측정치는 찾기가 어려웠다. 이너피델리티에서 가져온 자료는 RE-600의 측정치. RE-600S가 RE-600에서 단자가 변경된 버전인 만큼 기본적인 특성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 측정치로 판단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평탄한 그래프를 보인다. 아무래도 회사 이름 자체가 하이파이맨이다보니 하이파이를 지향하는 모양새. 고음쪽은 그래프 상으로 좀 애매하지만 실제 들어보면 느낌이 다르다.
03. 감상
집에서는 크리에이티브 사의 사운드 블라스터X G5(개봉기 : 링크)를 이용하고 있다. 원래는 게이밍에 비중을 두고 구매한 것인데.. 생각보다 게임할 시간도 없을 뿐더러 음감에도 상당히 탁월하다. 프로필이 3개까지 저장되기 때문에 상황별로 다르게 설정하기는 하지만, RE-600S를 이용할 때는 모든 설정은 기본으로 하며 BASS 효과만 10 정도를 주고 듣는다. 확실히 USB DAC을 이용해서 들으면 가느다란 소리도 끝까지 잡아주는 느낌이 있다. 소리를 좀 더 명확하게 잡아준다고 해야하나, 그냥 스마트폰(갤럭시S7)을 이용해서 듣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물론 집안이라 다른 소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큰 영향이 있겠지만, 같은 집안이라도 스마트폰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휴대용 DAP가 없기 때문에 야외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감상하고 있다. 사실 DAP을 따로 구매할 여력도 없을 뿐더러 스마트폰 하나 챙기기도 귀찮은데 거기에 DAP까지 챙길 자신이 없다. 결정적으로 통장이 파국이다. 그리고 그리 고급귀도 아니기 때문에 야외에서는 스마트폰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스마트폰 역시 대부분의 설정은 기본으로 하며, UHQ Upscaler만 활성화한 상태로 감상하고 있다.
RE-600S의 전체적인 느낌은 '맑고 시원하다'이다. 주파수 응답 특성에서 볼 수 있듯이 어디 하나가 강조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상황에서 평탄한 소리를 낸다. 때문에 종종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다행이라면 잔향이 좀 있어서 자칫 밋밋할 뻔한 소리를 잘 살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묘한 잔향이 있어 소리가 생동감 있고 전체적으로 현장감이 좋다. 저음 중음 고음 무엇하나 튀지 않고 고른 소리가 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커널형 다이나믹 이어폰이라고는 믿기힘들 정도의 공간감과 해상력이다. 처음 들었을 때 뭔가 굉장히 넓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RE-600S를 사용하다가 다른 이어폰을 들으니 그 공간감이 확실히 체감되었다. 물론 다른 이어폰들이 상당히 저가형이라는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때문에 처음 들었을 때는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스테이지가 넓다보니 소리가 허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데, 사용한지 40시간 정도 지나면서부터는 적응이 되어 그런 것인지 그 공간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때때로 듣다보면 넓은 공간이 꽉찬 느낌을 받기도 한다. 다소 아쉬운 점은 그 공간감이 좌우로는 상당히 넓으나 상하(상하로 표현하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로는 좌우만큼 넓지는 않다. 해상력 또한 매우 뛰어난데, 오픈형 이어폰에 준하는 해상력과 공간감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유하고 있는 오르바나 에어와 비교할 때에도 공간감과 해상력에서 부족하지 않다. 물론 오픈형만큼의 시원시원함이라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이정도 크기의 이어폰에서 이런 느낌을 준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부분이다.
다른 장점으로는 뛰어난 차음성이 있다. 기본으로 장착된 더블팁이 상당히 차음성이 좋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였으나 다른 이어폰들과 비교 시 상대적으로 차음성이 좋음을 체감할 수 있다. 차음성이 좋다보니 가지는 장점이 현악표현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소음이 심한 곳에서 차음이 안되면 고음부는 어지간하면 다 날라가버려 듣기가 힘들다. 하지만 RE-600S는 지하철에서도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음을 놓치지 않고 들려주어 괜찮은 편이다. 노이즈 캔슬링 제품만큼의 효과는 아니지만 상당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소리 자체가 평탄한 만큼 아무래도 저음부에 아쉬움이 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정도의 저음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V자 이어폰에 익숙한 사람은 충분히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 저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저음이 둥둥거리는 느낌은 없으며, 적당히 타격감 위주로 때려준다. 물론 음악에 따라서 저음을 확실히 때려주는 음악에서는 또 상당히 깔끔한 표현을 보여주기 때문에 결코 저음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심하게 둥둥거리지 않아서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보컬은 남성과 여성 차이가 있는 편이다. 남성의 경우 약간 물러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여성 보컬의 경우 상당히 놀라운 소리를 들려준다. 조용한 공간에서 감상 시 바로 옆에서 불러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리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을 꼽으라면 음상이 약간 위에 맺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소리가 내 귀 중앙을 기준으로 약간 위에서 들리는 느낌이라 조금 붕 뜬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익숙해지면 괜찮기는 하지만 헤드폰이랑 번갈아가면서 쓸 때는 다소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베이스 소리의 경우 아래에서 묵직하게 받혀준다는 느낌이 들 때가 굉장히 마음에 드는데, RE-600S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잘 없었다. 베이스 라인 자체는 굉장히 잘 잡아준다.
04. 음악별 감상
음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정확히 표현하기가 힘들다. RE-600S는 상당히 플랫한 성향으로 대부분의 음악을 잘 소화한다. 올라운드로 활용하기에 매우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느낌을 어떻게 글로 얘기할지 막막하게 느껴져, 음악별로 감상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통해 느낌을 전달해보고자 한다.
[에일리 -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도깨비 OST)
최근 한창 인기폭발 중인 도깨비의 OST. 처음에 가수가 에일리라고 하는데 내가 알던 느낌과 전혀 달라서 놀랐었다.
여성 보컬에 강한 이어폰답게 보컬 표현이 아주 좋다.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잡아준다.
하지만 이 곡에 어울리는 이어폰인가하면 그냥 쏘쏘이다. 보컬 소리는 좋으나 악기소리가 조금 퍼지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이어폰 자체도 잔향이 좀 있는데 음악 자체도 조금 몽환적인 느낌이라 너무 과하게 강조되어 그런게 아닌가 싶다.
[이선희 - 그 중에 그대를 만나]
아주 좋다. 보컬의 고음부가 아주 깔끔하게 잘 표현된다.
다만 초중반 부에서는 조금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아이유 - 스물셋]
개인적으로 고음부가 깔끔하면서 여성 보컬을 잘 표현하는 이어폰은 아이유와 특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스물셋 같은 곡의 경우 강한 비트로 저음부도 제대로 때려주고 각종 악기들의 다양한 소리를 높은 해상력으로 들려주기 때문에 꽤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팬텀싱어(고훈정, 이준환, 이동신) - Luna]
순전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팬텀싱어의 TOP3 곡에 포함되는 루나이다.
도입부의 이준환 목소리를 정말정말 깔끔하게 표현해준다. 맑고 깨끗한 소리의 끝판왕 같은 느낌.
그리고 중간중간 화음부에서 아주 조화로운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믹싱이 그렇게 된 것인지, RE-600S이 힘있게 표현하기에는 저음부가 좀 약하게 표현되어 조금 심심한 느낌이 들 수는 있다.
[John Wasson - Caravan] (Whiplash OST)
위플래시의 OST인 카라반. (정작 영화는 못봤다.)
연주곡 중 상당히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가벼운 드럼 소리를 높은 해상력으로 깔끔하게 들려준다.
다만 그 표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조금 조용한 공간에서 듣는게 좋다.
[Cake - Perhaps, Perhaps, Perhaps]
Cake의 곡들은 특유의 악기 연주와 반복되는 멜로디가 매력적이다.
RE-600S는 악기소리를 굉장히 재미있게 들려주기 때문에 듣는 맛이 있다.
다만 넓은 스테이지 때문에 조금 비어있는 느낌이 있을수도.
[Knife Party - Power Glove]
평소 플랫한 성향은 EDM에 안어울릴 것이라는 편견을 깼다.
강력한 저음부를 굉장히 잘 소화해서 단단하게 표현해주어 듣기좋은 소리가 난다.
단단하다고 해서 딱딱한 느낌은 아니며, 짧게 치는데 약간의 잔향이 있다.
비트는 강하게 때려주며,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 묘하게 어울려서 상당히 마음에 든다.
[Metallica - Atlas, Rise!]
메탈에서도 EDM과 비슷한 맥락에서 재미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강하게 치는 저음부를 깔끔하게 표현해주는게 취향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시원하게 들려오는 하이햇 소리는 덤이다.
다만 보컬이 조금 따로 노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Muse - Handler]
단단한 저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곡.
뮤즈의 노래는 대체적으로 악기소리를 듣는 재미가 있는데, 확실하게 들려준다.
매튜의 보컬 또한 깔끔하게 들려줘서 더욱 재미있다.
[복면가왕(하현우) - Lazenca, Save us]
RE-600S는 어느 장르나 평균 이상의 역할을 해주지만 특히 강점을 보이는건 라이브라고 생각한다.
라젠카의 경우 믹싱과정에서 라이브의 특성은 대부분 다듬어져 좀 의미가 퇴색되기는 하지만 라이브 음원에서 굉장한 강점을 보인다.
적당히 있는 잔향이 현장감을 굉장히 잘 살려주는 것.
하현우의 쭉쭉 치고 올라가는 고음 표현이 아주 깔끔하다.
-그 외 기타 음악들-
[Dark Souls 3 OST]
음울한 표현이 압권인데, 특히 현악기 표현이 아주 깔끔해서 분위기를 더욱 잘 살려준다.
더불어 해상력이 좋아서 성악부와 악기소리가 잘 구별된다.
[베토벤 - 교향곡 9번 합창]
특유의 공간감 표현이 강점을 발휘하는 음악이다.
4악장의 합창부에서 표현이 정점.
□ 장점
- 공간감과 해상력
- 적당한 잔향
- 여성보컬 표현
- 현악기 표현
- 넓은 다이나믹 레인지
- 출시가에서 반토막 난 가격
□ 단점
- 선재
- 마감
- 출시가 $399는 과함
- 다소 아쉬운 저음부
- 경우에 따라 애매할 수 있는 잔향
□ 기타
- 쓸데없이 거창한 구성품
- 리모콘의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