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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NEWS

오큘러스 리프트 Oculus Rift 첫 소비자용 제품 예약판매시작

 

오큘러스 리프트

OCULUS RIFT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시장의 선도주자인 오큘러스(2014년 3월 페이스북이 약 20억 달러에 인수)가 VR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 소비자 모델의 예약판매를 개시했다. 예약구매가는 599$로 상당히 높게 책정되었으며, 구성품은 오큘러스 본체, 리모콘, 포지션 센서, 엑스박스 원 패드, 번들 게임 2종 등이다. 최초 배송은 3월 28일로 예정되어 있다.

 소비자 모델의 판매는 2012년 8월 킥스타터 제품으로 DK1 (Development Kit, 개발자 킷)을 공개하고 약 3년 반 만이다. 그 사이 개발자 킷 1보다 향상된 사양과 편의성을 보여준 개발자 킷 2(DK2)가 공개되면서 한층 더 기대를 모았다. 더불어 오큘러스의 창립자 파머 러키가 소비자용 오큘러스 리프트는 대중화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발매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VR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대중화를 위한 가격이라고 보기에 599달러는 과한 편. 애초에 300$ 내외로 발매할 것이라고 언플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실망감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왜 오큘러스 패키지에 엑스박스 패드가 포함되는지도 의문. "필요없으면 구성품을 알아서 팔아라", 라는 파머의 발언에 소비자들은 더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오큘러스 홈페이지 : https://www.oculus.com/en-us/

 

 오큘러스는 라틴어 Oculus에서 유래한 것으로, 라틴어로 '눈'을 의미한다. 또한 로마의 건축물, 판테온의 천장에 있는 원형 공간의 이름도 오쿨루스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새로운 '눈'을 표방한 제품이다. 가상현실을 위한 기기로 전면 디스플레이를 확대해서 사람의 양쪽 눈에 각각 각도가 다른 화면을 보여줌으로써 뇌로 하여금 실제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VR기기(엄밀히 따지자면 HMD, Head Mounted Dispaly. 머리에 착용하는 방식의 디스플레이 기기)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몇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1. 해상도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해상도이다. 현재 일반적인 모니터에서 사용하는 해상도는 1920x1080의 FHD해상도인데, 한 화면에 가로 1920개의 픽셀, 세로 1080개의 픽셀을 표현한다는 뜻이다. PPI는 Pixel per inch로, 인치 당 몇개의 픽셀이 있는지 의미한다. 이 PPI가 높을수록 동일한 공간에 많은 픽셀로 화면을 표시해서 깨끗한 화면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일반적인 모니터 사용과 VR기기는 시청 환경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모니터는 약 1m에 가까운 시청거리를 가지지만, VR기기는 바로 눈앞에 디스플레이가 존재한다. 그것으로 모자라서 어안렌즈가 추가되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가 느끼는 거리감은 돋보기 수준이다. 때문에 FHD정도의 해상도로는 픽셀이 보인다. 실제 기어VR을 사용해본 경험에 의하면 픽셀이 꽤 크게 느껴진다. (기어VR의 해상도는 갤럭시s6 엣지의 해상도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2560x1400의 해상도를 가진다. 즉 한쪽 눈에 1280x1440의 해상도로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화면을 활용하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해상도보다 낮게 체감된다.) 이 해상도가 낮으면 아무리 그래픽적인 표현이 잘 된다고 하더라도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길을 가는데 나무 같은 것들이 커다란 점들이 모인 네모로 보인다면 아무도 현실이라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용 오큘러스는 개발자 킷 2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해상도 한쪽 눈 당 1080x1200의 해상도를 가진다고 한다. 물론 이것도 아직 부족하다. 실제로 현실처럼 느끼려면 최소 4K, 일반적으로 8K 정도의 해상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2. 지연시간

 VR기기들은 기본적으로 헤드트래킹(Head Tracking)을 지원한다. 헤드트래킹은 사용자의 머리움직임에 따라 화면도 따라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오큘러스 및 플레이스테이션 VR-구 모피어스-에서는 포지션 트래킹도 지원한다. 외부 센서를 하나 추가해서 사용자의 위치도 파악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마우스(또는 게임 패드) 기반 게이밍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마우스를 통해 시점을 움직인다. 모니터 자체는 고정되어 있는데 마우스를 통해 시점을 움직이는 것은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물론 게임에 익숙한 사람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러한 괴리감 때문에 3D 게임에 멀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현상이 VR기기로 오면 더욱 심해진다. 눈에서는 가상현실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사람의 뇌는 지금 눈에 보이는 환경이 현실이라고 받아들인다. 때문에 뇌는 당연히 '현실적인' 것들을 가정하고 사고한다. 머리를 돌리면 시야가 바뀌고, 다리를 움직이면 위치가 바뀌는 것 등이다. 때문에 헤드트래킹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머리는 가만히 있는데 마우스나 패드로 시야를 움직인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구토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헤드트래킹에 딜레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신경은 거의 딜레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연산속도를 자랑한다. 머리가 움직이고 - 눈의 시야가 바뀌고 - 뇌가 사물을 인식 과정 간에는 거의 딜레이가 없다. (딜레이가 0은 아니지만, 뇌는 이 딜레이를 자동 보정한다.) 하지만 VR기기는 뇌가 연산하는 것이 아니라 CPU가 연산을 한다. 자연히 입력시간과 연산시간, 출력시간 사이에 딜레이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헤드트래킹 딜레이로 인해 높은 확률로 멀미가 발생한다. 생각해보자. 머리를 돌렸는데 시야가 반박자 늦게 따라온다면 뇌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여기서 일반 카드보드류의 조잡한 VR과 오큘러스나 기어VR같은 VR전용 기기들의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카드보드는 스마트폰 자체에 내장된 가속센서와 중력센서를 이용한다. 때문에 느리다. 카드보드 VR을 끼고서는 정적인 영상 감상 정도나 가능하지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는 게임은 할 수가 없다. 99%의 확률로 멀미가 발생한다. 반면 오큘러스나 기어VR은 기기 자체에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딜레이가 현격히 짧다. 문제는 아무리 짧다고 해도 나안의 딜레이보다는 길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 시 멀미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3. 연산능력

 게이밍과 해상도 간의 관계는 확실하다. 해상도가 높으면 연산량이 늘어난다. 네모난 화면에 표현해야 하는 점의 수가 많을수록 연산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3D라면, 3D좌표 연산과 동시에 화면에 표시하는 좌표도 연산을 해야한다. 가령 HD(1280x720)는 총 921,600개, FHD(1920x1080)는 화면에 총 2,073,600개의 점이 찍힌다. 컴퓨터는 각각 90만개와 200만개의 점을 연산해야 하는 것이다. 이걸 QHD로 올려보자. QHD(2560x1440)는 총 3,686,400개의 점이 찍힌다. 해상도가 한단계 올라갈 때마다 약 2배의 연산이 필요해졌다. 여기에 주사율까지 더해지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우리가 동영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전부 정지된 사진의 연속이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24fps, 즉 1초당 24장의 사진을 보여줌으로써 움직임을 표현한다. 일반적인 방송이나 애니메이션은 30fps로 표현된다. 하지만 우리는 별로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영상들이 기본적으로 정적이기 때문이다. 움직이는데 왜 정적인가? 실제 화면을 보고 통제하는 주체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찍힌 장면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주체적으로 영상의 전환에 개입할 일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릴 때부터 영상물에 익숙해진 탓-학습적인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면 게임은 다르다. 내가 주체적으로 조작하는 입력과정이 존재한다. 인풋과 아웃풋 사이의 딜레이 때문에 초당 프레임이 낮은 게임에서는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인간의 눈이 프레임의 절대적인 양 보다는 변화량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때문에 게임은 60프레임을 유지해야 부드럽고 할만하다, 라고 느끼게 된다. QHD 해상도의 장면(단순한 사진도 아니고 각종 이펙트, 물리연산 등을 하고 난 이후)을 60프레임으로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QHD해상도에서 60프레임도 고사양 게임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약 30만원 대의 CPU와 60만원대의 GPU 2대가 필요하다. 또 문제가 발생했다. VR기기에서는 초당 120프레임이 이상적인 구동환경이기 때문이다. 즉, 원활한 VR경험을 위해서는 8K 해상도와 120FPS의 연산을 해야하는 것이다. 현재 10나노대 공정에서 물리적인 한계를 만난 반도체 업계가 여기서 어떻게 더 컴퓨팅 능력을 올릴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4. 컨텐츠

 새로운 형태가 디바이스가 나오면 항상 거론되는 문제다. 새로운 디바이스에는 새로운 컨텐츠가 필요하다. 기어VR의 초기 마켓을 생각하면 우울하기 짝이 없다. 이노베이터 에디션 출시 당시 전체 앱 수가 10자리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기어VR의 오큘러스 마켓에는 소비자용 발매 이후 초기보다 다양한 앱들이 올라와있다. 오큘러스도 현재는 개발자 킷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컨텐츠가 부족하다. 소비자용 모델이 발매되었으니 시장이 커지면 컨텐츠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엔비디아와 협력하여 VR시장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격이 599달러로 책정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게 되었다.

 

 기어VR 사용자로서, VR시장에 거는 기대가 꽤 크다. 전통적인 키보드-마우스, 패드 경험을 벗어난 것이기에 굉장히 새롭다. 또한 게이밍 뿐만 아니라, 콘서트, 운동경기, 미술관 등에 적용하게 된다면 집안에 앉아서 전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마이크로스프트에서 홀로렌즈를 발표하면서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시장에 대한 가능성도 열렸다.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줄 것인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