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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INTERESTS/사용기 REVIEW

리디북스 페이퍼 사용기 Ridibooks Paper Review



리디북스 페이퍼

사용기

RIDIBOOKS PAPER

REVIEW





 독서가 아주 중요한 활동이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독서를 가로막는 수많은 장애물들이 있습니다. 귀차니즘(사실상 가장 근본적인 원인), 책의 무게(결국 귀차니즘), 눈피로, 매번 바뀌는 취향, 막상 책을 구매하고나니 냄비받침으로 용도변경 등 많은 문제점들이 있죠. 일단 '책을 읽고싶다'는 생각이 있는 전제 하에 가장 큰 걸림돌은 '편리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마트 시대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인터넷 페이지에 접속이 가능하고, 각종 앱들을 통해 하고싶을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독서는 그렇지 않죠. '책'이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내가 책을 읽고 싶은 순간에 책이 근처에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실 다 핑계죠. 독서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잘만 들고다닙...) 때문에 태블릿으로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들고다니고, 휴대성도 괜찮으며, 독서 이외에 다른 활동도 가능하니 금상첨화였죠. 하지만 문제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태블릿으로 책을 보려면 '책을 보겠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합니다. 자연스럽게 웹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 다음으로는 눈이 아픕니다. 백라이트(혹은 자체발광 소자)가 비추는 빛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에 피로감이 몰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때문에 오랜 시간 바라보고 있기가 좀 불편하죠.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e-ink 디스플레이입니다. 그리고 이 e-ink 디스플레이로 만들어진 e-book 리더(전자책 단말기)들이 많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유명한 것으로는 아마존의 킨들 라인업이 있고, 보위나 오닉스, 코보의 제품들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크레마 라인업과 교보 제품들이 있죠. 물론 저는 말로만 들었지 사용해보진 못했습니다. 이번 리디북스 페이퍼는 제가 구매한 최초의 전자책 단말기입니다.

 이렇게 나름 치열한 시장에 리디북스가 이북리더기를 출시했습니다. 리디북스의 첫 이북리더기임에도 처음 출시 루머가 돌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바로 가성비 때문이었죠. 기본적으로 e-ink 디스플레이는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기기값이 꽤 나갑니다. 하지만 단말기가 비싸다면 누가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단말기도 사고 전자책도 추가로 사서 책을 읽을까요. 그래서 전자책 단말기들은 가격을 맞추기 위해 전체적으로 사양이 굉장히 낮습니다.(물론 전자책을 읽기 위해서는 그다지 고사양이 필요하지 않아 저사양에 머무는 점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 리디북스 페이퍼는 이북리더기들 중 최상급의 사양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발매되었습니다. 기기는 싸게 팔고 서비스로 수익을 남기려는 전략이겠죠. 출시 후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은 페이퍼였습니다. 약 두달 정도 사용해 본 감상을 적어볼까 합니다. 일단 간단한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본 사양 -

디스플레이 : e-ink Carta, 1072x1448(1:1.35 비율), 300ppi, 6인치 / 페이퍼 라이트의 경우 758x1024, 212ppi

CPU : 락칩 Rockchip 1Ghz (듀얼코어)

RAM : 512MB

내장 스토리지 : 8GB

운영체제 : 안드로이드 4.2.2 기반

크기 : 118mm(가로)x159mm(세로)x8mm(두께)

무게 : 190g

배터리 용량 : 2800mAh

기타 : 물리버튼, 프론트라이트, 리갈 웨이브폼


 타 이북리더기보다 강점을 가지는 부분은 듀얼코어 CPU입니다. (하지만 누수전문 락칩) 그만큼 프로세싱 속도가 빠르고, 쾌적한 독서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페이퍼는 페이지 넘김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체감상 일반 태블릿 정도의 속도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처음 책을 열 때는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 읽기 위해 무엇을 그리 준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책을 열때는 약간 답답합니다.

 처음 리디북스 페이퍼를 발매한다고 했을 때 꽤 고민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필요한 물건인가? 하고 자문했을 때 선뜻 '필요하다', 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독서는 책으로 해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있기도 했고, 굳이 태블릿이 있는데 이북리더기가 필요한지도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리디북스의 마케팅에 당했습니다. 기존에 리디북스 사용자이기도 하지만 예약구매 시 할인이 적용되고, 리디캐쉬로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문화상품권과 매달 1~3일 리디포인트 보너스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대학시절 수업시간에 리디북스 대표님이 직접 강연을 오셨던 경험으로 리디북스에 대한 묘한 신뢰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1차 예약구매에서 사고가 터졌죠. 서버 전산오류로 정시에 쿠폰적용으로 구매한 사람들이 모두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물량부족으로 2차 판매시기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사용자들의 불만은 폭발했고, 리디북스는 할인을 폭풍처럼 뿌렸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배제되는 사용자들의 리디북스에 대한 실망감은 폭발했죠. 득과 실이 있는, 최상의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1.5차에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리디북스 페이퍼를 구매하였습니다.




 패키징은 전체적으로 블랙색상입니다. 전면에 페이퍼 본체 디자인이 새겨져 있으며, 리디북스와 페이퍼 로고가 깔끔합니다. 상자 옆부분에서 꺼내는 방식으로 되어있으며, 리디북스 본체는 반투명 비닐에 포장되어 있습니다. 그 밑으로 설명서와 마이크로USB 케이블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e-ink 전자기기이니만큼 e-ink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ink 전자잉크 또는 전자종이라고도 부릅니다. 실제 종이는 아니고 디스플레이의 한 형태인데, e ink corporation에서 개발한 디스플레이에서 유래된 명칭입니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들은 LCD처럼 색상을 표현하는 패널 뒤에 백라이트를 비추어 표현하거나, OLED처럼 자체발광 소자를 이용하여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방식들은 선명하고 화사한 고품질의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든 백라이트든 발광체이기 때문에 장시간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픕니다. 때문에 태블릿으로 책을 보다보면 금방 눈이 피로해지고, 디스플레이보다 밝은 빛(태양광 등) 하에서는 가독성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또 하나는 전력소모입니다. 끊임없이 빛을 비추거나 발광해야되기 때문에 전력소모가 높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e-ink 디스플레이입니다. e-ink는 패널 안에 흰색과 검은색을 표현하는 캡슐들이 들어가 있는데, +- 전하를 띄는 캡슐들이 전기자극에 의해 상하로 배치를 달리하면서 표현되는 방식입니다. 한번 전기영동에 의해 전하배치가 되면 이후에는 전력공급 없이 디스플레이 표시가 유지됩니다. 따라서 전력소모 측면에서 뛰어난 장점이 있습니다. 전자책 단말기의 경우 대부분 배터리 사용시간이 한달 정도 유지되는게 e-ink 디스플레이의 특성 때문입니다. 또 백라이트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광 하에서도 뛰어난 가독성을 유지합니다. (일반적인 종이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는 일반 종이책과 마찬가지고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좀 되는 이북리더기는 프론트라이트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 때문에 e-ink는 페이지 전환 때마다 깜빡이는 문제가 있습니다. 캡슐들을 정비해야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번 깜빡이면 독서하는데 굉장히 불편하기 때문에 리갈 웨이브폼이라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화면 전체를 리프레쉬하지 않고 부분별로 리프레쉬를 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부만 변경하면 잔상이 남습니다. 때문에 몇 페이지 마다 리프레쉬 되는 옵션이 있습니다. 리디북스 페이퍼의 경우 좌우측에 달린 물리버튼으로 페이지를 넘기면 일정 페이지마다(기본 설정은 5페이지마다 입니다.) 리프레쉬되고, 화면을 터치해서 페이지를 넘기면 리프레쉬됩니다. 이러한 방식 때문에 당연히 움직이는 그림, 즉 동영상은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컬러 표현이 힘듭니다. 일본 기업들이 많은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듯 하지만 아직 제대로 컬러를 표현하는 것도 힘들 뿐더러, 리프레쉬 시간이 상당히 깁니다. 때문에 e-ink는 정적인 화면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e-book(전자책) 리딩용 기기에 주로 장착되는 이유입니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웹서핑 정도라면 참으면서 할만한 수준일테지만, 영상을 본다는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기본적으로 리디북스의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기반 자체 커스텀입니다. 리디북스 서비스만 지원됩니다. 리디북스 앱끼리 연동이 되어 다른 기기에서 읽던 위치가 자동으로 동기화가 된다거나 리디북스 서점을 이용할 수 있지만, 흔히 열린서재라고 하는 타사 이북을 읽을 수 있는 설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기반이기 때문에 루팅을 하게되면 리디북스 서비스 이외의 이북도 읽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읽는 것'에 특화된 기기이니만큼 폰트 설정은 기본적으로 지원이 되며, 페이지에서 위아래 스와이프로 간단하게 프론트라이트 밝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최근 패치로 슬립화면을 기본 화면이 아닌 다른 사진으로 변경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되었습니다. 출시 이후 몇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가 불편한 부분을 꽤 잘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페이퍼의 상단에 모든 슬롯이 몰려있습니다. 사진 상 좌측부터 전원버튼, 마이크로USB 포트, 마이크로SD카드 슬롯입니다. 마이크로SD카드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32GB까지만 지원하지만, 카페 사용기를 둘러보니 그 이상의 용량도 문제없이 사용가능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집에 굴러다니던 삼성 evo 32GB 꽂아놨습니다. 그리고 페이퍼 중앙 하단에 뒤로가기 버튼이 있는데 물리키가 아니라 터치버튼이라 조금 반응이 애매할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4와 리디북스 페이퍼입니다. 일단 디스플레이 품질은 당연히 아이패드 미니4가 좋습니다. 글자도 훨씬 선명하죠. 게다가 칼라표현도 됩니다. 디스플레이 크기도 7.9인치(4:3 비율)와 6인치(1:1.35)이기 때문에 보는 맛도 아이패드 미니4가 좋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보거나, 광량이 많은 곳에서 보면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LCD나 OLED 디스플레이가 아무리 발전했다고 하나, 전력소모나 수명문제로 야외에서 편하게 읽을 정도로 밝기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e-ink의 장점이 드러납니다. 개인적으로 30분 이상 화면을 본다면, 페이퍼 쪽이 압도적으로 눈이 편합니다. 잠깐잠깐 읽는건 오히려 아이패드 미니4 쪽이 낫다고 봅니다.





 페이퍼 정품 케이스입니다. 페이퍼 전용으로 나온 제품이라 사이즈가 딱맞습니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제품 마감 자체는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이 두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무게입니다. 이북리더기는 편하게 들고다니면서 읽는게 포인트인데 케이스를 장착하면 무겁습니다. 휴대성이 팍팍 떨어지기 때문에 별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e-ink 디스플레이가 충격에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걱정되시는 분들은 하나쯤 사놓고 외출 시에만 장착하는 것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기기 자체의 마감과 관련된 부분인데, 케이스를 빼는 과정에서 기기 테두리 부분에 유격이 생깁니다. 제가 1.5차에 받은 제품은 거의 내부 기판까지 보일 정도여서 교환을 받았는데, 새로 받은 제품은 괜찮은 편입니다. 여전히 조금 덜렁거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마감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된거 같지는 않습니다.

 페이퍼가 가진 자잘한 문제들로는 와이파이 연결이 간혹 끊기는 문제나 슬립모드에서 지나치게 소모되는 배터리 등이 있습니다. 와이파이의 경우 일단 연결되면 속도는 안정적이지만 간헐적으로 와이파이 연결이 끊겨서 다시 연결해줘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슬립모드 배터리 소모는 초기에 말이 많았는데(처음 제품을 받고 일주일만에 배터리를 다 썼습니다.), 최근 펌웨어 업데이트 이후에는 그래도 꽤 오래갑니다. (한달까지는 안되는거 같습니다.)

 페이퍼의 가장 큰 장점은 물리버튼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쪽에 달려 있는 물리버튼이 생각보다 매우 편합니다.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도 페이지를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읽는 흐름을 방해받지 않고 페이지를 넘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듀얼코어의 힘인지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이북리더기들이 공통적으로 처리속도가 느려 페이지 전환이 느리다고 들었는데 읽으면서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네요.


[잡담]

 분명 페이퍼는 독서하기에 좋은 기기이고, 가성비 측면에서 한번쯤 사볼만한 제품입니다. 리디북스 서비스에 종속된다는게 애매하지만, 저는 애초에 대부분의 이북이 리디북스라서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애매합니다. 뭐가 애매한가 한참을 생각해봤더니, 종이책과 전자책 간의 묘한 갭이 어색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종이책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처음 전자기기로 책을 보게되면 굉장히 어색합니다. 분명 책을 읽는데 읽는 것 같지 않습니다. 실제로 손으로 종이의 질감을 느끼면서 한장 한장 넘기는 그게 독서라는 경험의 일부가 되어버린 탓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을 넘어서는 시대가 되었고, 생활 속에 디스플레이가 달린 기기들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텍스트를 접하는 일이 많아졌죠. 적응해야 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이 가지는 매력은 독자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북리더기에 대해서는 종이 소비량을 줄여서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있는 반면, 오히려 기기를 제작하고 기기를 유지하는데 사용하는 전기생산으로 환경이 안좋아진다는 의견도 있죠. 대형 기업들의 새로운 산업군에 대한 마케팅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보다 편하게 독서를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기기 안에 수백, 수천권의 책을 담고 읽고 싶을 때 편하게 터치 몇 번으로 읽을 수 있으니까요.


GOOD

- 가성비

- 가독성

- 물리버튼


BAD

- 배터리

- 마감불량

- 정품 케이스 무게


한줄평 : 이북리더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입문용 제품


* 전자책 단말기 사양 비교표 : 링크